미국의 방위비분담금 인상은 정당한가?(2)
우리가 방위비분담금을 인상하는 것이 정당한가?
미국이 방위비분담금 인상을 요구하는 논리는 한국이 부자나라라서 인상분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여력이 있고, 한미동맹이 없으면 한반도에 전쟁이 벌어질 것이 당연하기 때문에 그것을 감안하면 50억 달러는 매우 저렴한 비용이라는 것이 요지이다. 트럼프는 장사꾼 출신의 대통령이다. 장사꾼은 손해보는 일은 안하는 습성이 있다. 그는 이번 방위비분담협상을 통해 얻을 것이 매우 많다. 첫째, 지지율 상승이다. 중간선거에서 러시아 스캔들로 위기에 빠질뻔한 지지율을 북미협상으로 방어했던 맛을 보았던 그는 조만간 있을 대통령 선거에서도 방위비 분담협상을 이용할 것이다. 가장 약한 동맹국들을 상대로 돈을 받아내어 국민들에게 경제대통령이라는 이미지를 얻어내려고 하는 것이다. 주변국과 마찰을 불사하는 미국중심주의 정책은 미국인들에게 곧 잘먹히는 수법인 것이다. 둘째, 미국의 입장에서 적자를 보는 한국과의 교역에서 한방에 적자폭을 줄일 수 있는 것이다. 현재 한국은 대미무역에서 약 150억 달러의 흑자를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한국이 피와 땀으로 이뤄낸 것을 한번의 협상으로 만회하려는 것인데, 이 또한 그의 지지율 상승에 도움을 준다.
그러나 미국의 방위비분담금 인상은 매우 부적절한 이유가 있다. 첫째, 우리에게 한미동맹의 의미는 점점 약해져가고 있다. 한국이 이미 세계적인 수준의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어서 북한이 섣부르게 도발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미국이 우리를 지켜주고 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미국은 오히려 한국을 신냉전의 방패막이로, 이이제이(以夷制夷)의 도구로 사용하고 있다. 사드(THHAD)는 북한 미사일 방어를 위해 한국에 꼭 필요하다고 미국이 강력하게 요구해서 설치한 고고도방어미사일 시스템으로, 한국은 초기에 중국의 반대에 부담을 느꼈었다. 하지만 미국이 너무나 한미동맹을 이용해 압박함으로 인해 반강제적으로 설치하게 되었다. 그로 인해 한국은 중국으로부터 엄청난 경제제제를 받게 되었고, 이 때 미국은 앞에선 한미동맹이라고 해놓고선 뒤에선 뒷짐지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가 받게 되었다. 한국이 러시아, 중국, 북한으로 기울면 미국은 안보라인을 일본으로 후퇴할 수 밖에 없다. 미국은 이런 한국의 이점을 이용하려는 것이지 우리를 혈맹으로서 도와주려는 이유는 매우 약하다. 한미동맹은 그래서 위태로운 것이다. 둘째, 방위비분담금 액수의 문제가 있다. 우리는 이미 보이는 부분과 보이지 않는 부분의 많은 군사비를 미국에 지출하고 있다. 한 해 5조원이 넘는 금액을 한미동맹에 부담하고 있고, 무기 구매에 있어서도 반강제적으로 미국의 무기를 구매하고 있다. 그것도 최신예무기들은 미국이 일본에는 판매하면서 우리는 그보다 단계가 낮은 것을 판매하는 식으로 차별을 감내하면서까지 구매하고 있다. 미국의 무기수출 주요국가 중 하나가 한국인데, 그래서 미국은 지금까지 방위비분담을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하지만 트럼프는 그것을 5배나 인상하려고하는 것은 한국을 동맹이 아니라 식민지로 보는 것과 다를바가 없는 것이다. 셋째, 방위비분담금 인상률이 5배가 된다는 것은 벼랑끝 전술이다. 아무리 계산해도 방위비50조원은 터무니없다. 그 말은 5배 인상을 제시해서 2~3배만 받아도 크게 이득이 된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그것을 노린 것이다. 트럼프는 처음에 10배 인상을 주장했다. 밑밥을 깔아놓고 5배로 깎아서 협상하려고 한다. 이번에 인상을 해준다면 다음번에 또 같은 전술을 쓸 것이다. 한번에 거절하지 못한다면 다음에 빌미가 되어 또 인상해줘야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할 것인가?
우리는 크게는 두가지 선택을 해야한다. 방위비분담금을 인상해줄 것이냐 거절할 것이냐? 인상해준다면 인상률과 관련해서 국민세금의 부담이 생길 것이다. 그리고 반미정서도 강해질 것이다. 하지만 한미동맹은 유효할 것이며 그만큼 트럼프의 정치적 입지는 강해질 것이다. 거절한다면 한미동맹에 금이 갈 수 있다. 미국은 지금 한국과 일본을 저울질하고 있다. 일본은 5배, 한국은 10배로 인상해달라고 하면서 양국의 결정을 보고 있다. 제일 급한 한국이 거절한다면 이것을 명분으로 미국은 일본과 동맹을 강화할 것이다. 그런데 이미 미일동맹은 한미동맹보다 강하다. 일본이 우리보다 대미흑자가 더 많음에도 불구하고 경제대국이기 때문에 미국의 입장에서는 얻을 것이 많은 것이다. 한국보다 일본은 미국산무기를 더 많이 구매한다. 값비싼 최신예무기도 일본은 더 많이 구매한다. 주일미군의 분담금도 높다. 어차피 차별받는 대우, 인상해준다고 달라질 것은 없을 것이다.
방위비분담금 인상을 거절한다고 우리는 크게 입을 피해는 없다. 왜냐하면 미국의 주장자체가 어불성설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부자나라다. 그래서 더 많은 방위비분담금을 부담할 필요가 있다.”라고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했다. 말을 바꿔보면 “미국은 한국보다 더 부자나라다. 그래서 미국이 방위비분담금을 더부담해도 전혀 문제가 없다.”가 된다. 그리고 한미동맹 자체가 우리가 원해서 된 것이 아니라 한미실익을 바탕으로 맺어진 것이므로 한국은 미국의 입장에서 순망치한(脣亡齒寒)인 것이다. 그리고 방위비분담금 인상분을 자주국방에 투자한다면 우리는 더 효과적으로 미국없이 북한을 제압할 수 있다. 매년 45조원을 국방비에 투입한다면 그동안 비싸서 구입하지 못한 조기경보기, 공중급유기, 이지스함 등의 전략무기를 손쉽게 구매할 수 있다. 미국에게 주는 방위비분담금은 사라지는 것이지만 이런 돈은 국방력 증강에 도움이 되는 것이다. 10년이면 동아시아 군사력에서 중국에게 밀리지 않게도 된다. 우리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한 수를 우리가 스스로 선택할 필요가 전혀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