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방위비분담 인상은 과연 정당한가(1)
지난 11월 12일 로버트 에이브럼스 한미연합사령관(주한미군사령관)은 평택 험프리스 주한미군 기지에서 열린 내외신 기자간담회에서 한국 측이 방위비 분담금을 올려야 한다고 압박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주한미군에 고용된 한국인 직원 9200명의 급여 중 약 75%가 방위비 분담금에서 나온다며 “한국 납세자의 돈으로 한국인의 급여를 지불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방위비 분담금 항목 중 군수지원 비용에 대해서는 “주한미군의 군수 또는 새로운 시설 건설을 지원하기 위해 한국 정부가 한국인에게 지급하는 돈”이라고도 했다. 그는 또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최근 ‘한국 정부는 (방위비 분담금을) 더 낼 능력이 있고 더 내야 한다’고 말했는데 나도 동의한다”고 밝혔다.
50억달러면 올해의 5배
미국 측이 최근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내년도 방위비 분담금으로 올해 분담금(1조389억원)의 약 5배에 달하는 47억~50억달러에 달하는 비용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에이브럼스 사령관의 발언에는 미국 측의 방위비 분담금 인상에 대한 본심이 담겨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 측은 방위비 분담금이 고스란히 미국에 갖다 바치는 돈이 아니라 대부분은 한국 정부와 국민들에게 되돌아가는 것이니 많이 올려줘도 되지 않느냐는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에이브럼스 사령관 외에도 여러 미국 측 인사들이 우리 측과의 협상에서 같은 주장을 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측이 최근 협상에서 제시한 분담금 액수가 정확히 확인되지는 않고 있지만 대략 47억달러 이상 50억달러 미만 수준인 것으로 추정된다. 50억달러일 경우 약 5조7900억원으로 올해 분담금의 5배가 넘는 규모다. 인상 요구액이 상식을 벗어나는 엄청난 규모여서 그 인상 내역에 대해 온갖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괌 등에 배치된 미 전략폭격기 등 전략자산 출동·유지비용은 물론 한반도 유사시 미 증원전력 유지비용, 호르무즈해협 등 중동, 아·태 지역에서의 미 작전비용까지 포함됐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제임스 드하트 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 수석대표를 만났던 윤상현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미국은 (이번 협상에서 방위비를) 주한미군 주둔비용 외에 한반도 주변의 전력자산이나 기타 전력, 미사일, 정찰력 등 모든 것을 총괄하는 개념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윤 위원장이 말한 ‘한반도 주변의 전력자산’은 미군이 괌이나 오키나와 등 미군기지에 배치한 전력을 말한다. F-22 스텔스전투기와 RC-135 전략정찰기 등 미 공군 전력, 미 해병대 원정부대 등이 해당될 수 있다. 이들은 한반도 유사시 증원전력으로 한반도에 배치되는 전력들이다. B-52 등 전략폭격기, 핵추진 잠수함, 항공모함 등 이른바 전략자산도 미 증원전력의 핵심 요소다. 윤 위원장이 거론한 정찰력은 미국이 북한을 감시하는 정찰위성과 주한미군 기지에 배치돼 있는 U-2 정찰기 등 대북 감시전력,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등 미사일 방어전력 비용까지 포함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 당국자 및 소식통들은 미국 측의 요구사항에 대해 부풀려 알려진 점이 많다면서도 방위비 분담금에 대한 미국 측의 계산법, 접근법에 근본적인 변화가 생겼다고 말한다. 미국이 종전에는 주한미군의 주둔과 직접 관련된 돈만 청구해온 반면 이제는 ‘주한미군 주둔+한국 방어(방위)와 직접 연관되는 비용’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 방어와 직접 연관되는 비용’을 확대해석할 경우 한반도 위기 시 수시로 출동하는 미 항모전단과 전략폭격기 등 전략자산 전개비용도 포함될 수 있다.
하지만 정부 당국자들은 미국 측이 전략자산 전개비용이나 유사시 원전력 비용, 호르무즈해협 작전비용 등은 요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른 소식통들도 같은 내용을 전하고 있다. 그러면 전략자산 전개비용 등도 빠졌는데 어떻게 50억달러에 육박하는 액수가 나왔을까?
소식통들은 우선 주한미군 순환배치 부대 비용이 추가됐다고 전한다. 주한 미 지상군의 유일한 보병부대는 2사단 예하 1개 여단이다. 이 1개 여단이 종전엔 붙박이 부대였지만 여러 해 전부터 9개월마다 미 본토 부대가 교대로 배치되는 순환배치 형태로 바뀌었다. 전차 등 장비는 그대로 두고 병력만 왔다갔다 하는 형태다. 올해엔 신형 전차 등으로 장비가 업그레이드됐다. 이 부대의 훈련·이동 비용 등이 방위비 분담금에 포함됐다는 것이다. 미군은 주한 미 공군기지에 F-16 등 전투기 대대를 종종 순환배치하기도 한다. 매일 1차례 이상 떠 북한을 정찰하는 오산기지의 U-2 정찰기 등 정찰 비용, 경북 성주기지에 배치된 사드 포대와 주한미군 기지의 패트리엇 포대 비용 등도 적지 않은 액수일 것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