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의 교훈

베네수엘라 국가위기 사태가 지속될 전망이다. 베네수엘라는 지금 혼돈에 혼돈을 맞이하고 있다. 마두로 대통령은 대표적인 반미인사로, 풍부한 석유를 무기로 미국과의 전면전을 불사하는 움직임을 보인다. 미국에서는 이러한 마두로의 정책에 대해 철저하게 봉쇄정책으로 맞서고 있다. 이로 인해 베네수엘라는 살인적인 인플레이션과 경제침체로 경제가 붕괴 직전 상태로 되었고, 급기야는 국민 수만명이 국경 인접 국가로 빠져나가고 있다. 경제가 무너지며 각종 범죄가 제지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면서 살인적인 사회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이에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이 과도정부를 구성하여 수반이 되며 한 국가 두 대통령 체제가 만들어졌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지난 8일 남미 최악의 정전사태가 발생하면서 베네수엘라는 국가붕괴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정전으로 막대한 손해가 발생했고, 병원에서는 응급환자들이 대거 사망하는 사태가 생겼다. 베네수엘라는 왜 이렇게 되었을까?

베네수엘라 사태에 대해 다양한 전문가들의 의견이 있다. 표면적으로는 친미와 반미세력의 갈등이지만 그 이면에는 중국과 미국의 알력 싸움이 있다. 중국은 아시아부터 유럽, 아프리카 대륙에 이르는 거대한 지역을 ‘일대일로(一對一路)’ 라는 이름으로 자원, 물류, 교통으로 연결하려 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저지하는 미국에 의해 중동지역에서는 후퇴하게 되고, 중남미로 눈을 돌리게 된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석유를 매장하고 있는 베네수엘라에 중국은 막대한 자본을 투자하게 되었는데, 미국은 베네수엘라를 압박함으로 인해 중국에게 큰 타격을 주게 되었다. 그 틈바구니에서 베네수엘라는 유래 없는 경제위기를 맞게 되었다. 미국은 친미성향의 과이도를 지원함으로써 베네수엘라 뿐 아니라 다른 국가들에게도 무력시위를 하고 있다. 또한 몰락하는 베네수엘라에 대해 월가가 집중 공격을 퍼붓고 있기도 하다. 무너지는 기업이나 부동산을 월가의 투자자들은 헐값에 사들여 베네수엘라가 경제회복할 때 이를 되파는 작전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미국은 베네수엘라에 대한 지배력도 높일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베네수엘라 사태를 보며 우리는 어떠한 교훈을 얻을 수 있을까?

많은 사람들이 미국에 등을 돌린 마두로의 최후를 이야기한다. 이들은 세계의 헤게모니를 잡고 있는 미국에 등돌리고 살아남는 국가는 없다는 것을 강조한다. 국가 간의 원리는 냉철하다. 철저히 국익에 의해서만 움직이고, 이러한 시각에서 이러한 주장은 설득력을 얻는다. 하지만 만약 모든 국가가, 중국마저도 미국에 우호적인 입장을 취한다면 어떻게 될까? 그렇다고 해도 크게 이득은 없을 것이다. 미국은 자신들의 이익과 구미에 맞게 전세계 국가들을 줄을 세울 것이고 각 국가들은 미국이 선호하는 국가 상위에 랭크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그러다보면 국가 간에 경쟁이 일어나고 큰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 인구와 자원이 풍부한 나라는 그렇지 못한 나라를 누르고 상위에 랭크가 될 것이다. 이걸 미국은 적극적으로 이용할 것이며, 결국은 미국에 경제적으로 예속되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철저히 이용당하고 결국은 버려질 수도 있다. 미국과 우호국가가 된다고 해서 이득이 된다는 보장은 없다. 그럼 우리는 어떠한 입장을 고수해야 하는 것인가?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국가 간에는 의리가 존재하지 않는다. 약속도 국익 앞에서는 쉽게 무너진다. 지금 세계는 미국과 중국의 경제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중국과 미국은 서로의 우방국을 하나라도 더 만들기 위해 손을 뻗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중국이 주도하고 있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이다. 현재 80개국이 가입했는데,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는 아시아개발은행(ADB)를 앞질렀다. 앞으로 중국의 영향력은 점점 커질 것이고 미국은 이를 저지하기 위해 총력을 다할 것인데, 우리는 이러한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다행이도 우리에게는 역사적인 교훈이 있다. 바로 병자호란이다. 병자호란 당시 조선은 뜨는 해 청나라와 지는 해 명나라를 사이에 두고 갈등했었다. 이에 광해군은 중립외교를 선언함으로써 양국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었다. 그러다 인조반정으로 정권이 바뀌며 친명파가 득세하자 조선은 명나라를 택하게 되었고, 잘못된 선택으로 인해 병자호란, 정묘호란이라는 치욕적인 댓가를 치르게 되었다. 우리가 좀 더 신중하게 시간을 끌고 기다렸다면 어땠을까 한다. 지금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우리는 베네수엘라 사태를 보면서 좀 더 냉철하게 판단해야 할 때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친미도 친중도 우리에게는 위험하다. 우리는 중립외교를 하며 시간을 벌어야 할 필요가 있다. AIIB 가입에 있어서도 우리는 이러한 작전을 펼친바 있다. 중립을 고수하다가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면 최대한 늦게, 그리고 가장 현명한 선택을 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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