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뱅킹의 시대, 편리함과 불안함
이달말 오픈뱅킹 시범서비스를 실시한다. 오픈뱅킹은 디지털 분야에서 은행 간 장벽을 없애는 것이 핵심이다. 지금은 A은행 계좌에서 돈을 이체하려면 A은행 애플리케이션(앱)을 이용해야 하고, B은행 계좌에서 돈을 이체하려면 B은행 앱을 또 깔아야 한다. 하지만 앞으로는 A은행 앱에서 B은행 계좌의 돈도 조회하고 이체하는 게 가능해진다. 마찬가지 방식으로 은행 앱 하나로 다양한 핀테크 서비스도 이용할 수 있게 되고 연금자산을 조회하고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핀테크 앱으로 은행 서비스를 이용할 수도 있다. 고객의 스마트폰에 여럿 깔려 있던 금융회사 앱이 단 하나만 남게 될 수 있는 것이다. 말그대로 무한경쟁 시대가 열리는 셈이다.
금융업계에서는 오픈뱅킹 시대가 열리면 고객 입장에서 더 편하고 더 많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금융회사만 살아남을 수 있다고 본다. 정희수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오픈뱅킹 시대에는 경쟁 패러다임의 변화를 촉진시켜서 은행의 고객 독점력이 사라지게 된다”며 “누가 더 이용 편의성과 간편성을 높여서 다수의 고객을 보유하고 높은 사용 빈도를 유도하느냐에 따라 성공 여부가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시중은행들은 오픈뱅킹 시범운영에 맞춰 대대적인 마케팅도 준비하고 있다. 일부 은행은 자신들의 오픈뱅킹 서비스를 알리기 위한 TV 광고도 준비 중이다. 다른 은행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연말까지 다양한 이벤트도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다른 은행에 있던 예금이나 적금을 옮겨오면 우대금리를 제공하거나 계좌이체 수수료를 무료로 해주는 등의 이벤트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기선제압을 위해 오픈뱅킹 서비스 출시 일정을 앞당기기 위한 움직임도 나온다. 금융당국이 공식적으로 정한 시범운영 시작일은 10월 30일이다. 하지만 우리은행이나 신 한은행은 이보다 앞서 서비스를 출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한 시중은행 디지털 담당 임원은 “오픈뱅킹은 은행 입장에서 양날의 검 같은 존재다. 다른 은행의 고객을 유치해 규모를 키울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고 반대로 고객을 빼앗기기 시작하면 생존을 걱정하게 될 수도 있다”며 “플랫폼으로서 은행 앱의 경쟁력을 누가 키우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오픈뱅킹의 경쟁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심심찮게 들려오는 은행의 해킹 및 금융사기 피해문제인데, 다수의 앱을 사용할 때 보안의 문제가 생기면 피해는 특정 뱅킹 앱을 사용하는 부분에서만 발생한다. 하지만 오픈뱅킹 앱에서 보안문제가 발생하면 모든 계좌에 대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앱에서 오류가 발생할 경우 기존은 특정 은행의 업무가 마비되었지만 오픈뱅킹은 모든 사용자가 피해를 입거나 불편함이 발생할 수 있다. 해킹과 오류에 대해 완벽한 방어를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편리성이냐 보안 및 완벽함이냐의 문제에서 오픈뱅킹의 시범서비스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