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대신 우기 검토

오랜 기간 지속되는 비를 일컫는 장마가 변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기상청이 발간한 ‘장마백서 2022’에 따르면 30㎜ 이상 쏟아지는 집중호우 빈도가 1980~1990년 대비 최근 20년간 20% 이상 증가했다. 또 장마 기간이 지나서 비가 내리는 일도 많아지고 있다. 기상청은 7㎜ 넘는 비가 올 때를 지금의 장마철인 ‘1차 우기’, 한동안 비가 그쳤다가 다시 7㎜ 이상 내리는 기간을 ‘2차 우기’로 표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충북 등 지역에서 발생한 집중호우는 ‘선상(線狀) 강수대’ 영향이다. 선상 강수대는 정체전선처럼 긴 형태로 이어진 적란운을 뜻한다. 북쪽에서 침강해 내려오는 차고 건조한 공기와 남동쪽에서 불어오는 태풍의 고온다습한 공기가 부딪치며 생긴다. 좁은 지역에 집중적으로 비가 쏟아지는 특징이 있다. 일본에선 선상 강수대를 지진이나 태풍 같은 재난으로 규정하고 있다.

선상 강수대로 집중호우가 내리는 현상이 갑자기 국내에 발생한 건 아니다. 우진규 기상청 예보분석관은 “2000년대 초반에도 집중호우는 있었다”라고 전했다. 이어 올해 충청과 전북 등에서 발생한 집중호우에 대해 “북서쪽 티벳고기압과 남쪽에 북태평양고기압이 만나 장마전선이 만들어진다”라며 “올해는 충돌 강도가 평소보다 강하게 발생했다”라고 설명했다.

대응 방식도 변화해야… 주민 참여 필요

우기의 영향을 앞으로도 계속된다. 더 심각한 집중호우가 내릴 가능성도 있다. 김해동 계명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는 “원래 장맛비가 본격적으로 내리는 건 7월13일쯤”이라며 “이 기간 전후로 오는 비는 장마전선보다 대기 불안성의 영향이 크다”라고 전했다. 이어 “지난해 8월에도 장마가 끝나고 많은 비가 왔다”라며 “기후 변화로 선상 강수대가 계속 생겨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앞으로는 장맛비가 아닌 집중호우가 올 것을 예상해 홍수와 산사태 등 재난 대응 방식도 변화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김 교수는 “기후 위기로 전 세계 산악지대 등에 폭우가 쏟아지고 있다”라며 “이는 과거에 경험하지 못한 특성의 비다. 과거 경험에 기반해 대책을 세우면 안 된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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