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제조기 월드컵
22일(현지시간)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스위스 로잔대 연구진은 지난 9월 발표한 논문을 통해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부터 4년 전인 2018년 러시아 월드컵까지 총 14번의 대회 중 흑자를 낸 대회는 러시아 대회뿐이라고 밝혔다.
이 결과 2018 러시아 대회에선 2억4000만달러(약 3254억원)의 순이익이 난 것으로 파악됐다. 연구진은 “최근 대회로 올수록 중계권 수익의 규모가 커지면서 경기장 건설 비용으로 발생하는 적자 폭을 상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9000만달러(약 1221억원)의 흑자를 낸 것으로 나타난 1986 멕시코 대회에 대해 이코노미스트는 “자료가 불완전했다. 실제로는 상당폭의 적자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설명했다.
가장 큰 액수의 적자가 발생한 대회는 48억1000만달러(약 6조5195억원)의 손해가 발생한 2002 한일 월드컵이었다. 연구진은 “한국의 경우 경기장 10개를 신축했고, 일본 역시 7곳을 신축하고 3곳을 증축하며 경기장 건설에 막대한 비용을 쏟아부었다”며 천문학적 규모의 적자가 발생한 이유에 대해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카타르 역시 ‘흑자’를 기록할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
카타르는 이번 대회를 위해 경기장 7곳을 새로 지었고, 1곳을 증축했다. 또, 곳곳에 훈련장까지 마련하며 사실상 축구 인프라 자체를 완전히 새로 만들었다. 이 밖에도 경기장을 잇는 지하철 3개 노선을 새로 깔았고, 고속도로와 공항, 쇼핑몰, 호텔, 병원 등을 신설하는 등 인프라에 천문학적인 비용을 투자했다.
미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지난 15일 이번 대회의 투자 비용을 2290억달러(약 311조원)로 추산했다. 이전 대회인 2018 러시아 대회(116억달러)의 19.7배에 이르는 수준이다.
시장정보업체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 마켓 인텔리전스가 월드컵으로 카타르가 65억달러(약 8조8238억원)를 벌어들이며 역대 최대 액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투자 비용에 비하면 2.8%에 불과한 수준이다.
거의 대부분의 비용을 주최국이 부담하는데 비해, 중계권료와 티켓 판매 금액, 후원액 등 대부분의 수익을 국제축구연맹(FIFA)의 손으로 들어간다는 점도 생각해야 할 지점이라고 로잔대 연구진은 지적했다. 로잔대 측은 “지하철 등 사회간접자본(SOC)의 경우 대회 이후에도 장기적으로 경제에 도움이 되지만, 축구 경기장 등은 결국 사용되지 않거나 지역 경제 발전을 거의 촉발시키지 못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