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부진하던 종전문제,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는가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 뉴욕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5일(현지시간) 미국외교협회(CFR)에서 열린 CFR·KS(코리아소사이어티)·AS(아시아소사이어티) 공동 주최 연설 직후 가진 질의응답 과정에서 밝힌 북핵 관련 내용은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즉, 문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11월까지만 해도 핵·미사일로 도발하면서 세계평화를 위협했기 때문에 아직도 김 위원장에 대해서는 세계 많은 사람이 불신하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저는 정상회담을 하면서 가급적 김 위원장과 많은 시간 직접 대화를 나누기 위해 노력했고 한편으로는 회담의 모든 과정을 생중계함으로써 김 위원장의 사람 됨됨이를 전 세계인이 직접 보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젊지만 아주 솔직 담백하고 연장자를 예우하는 예의도 갖추고 있다고 했다. 뿐만 아니라 핵을 포기하더라도 미국이 북한의 안전을 제대로 보장해 주면서 북한 경제발전을 위해 지원하고 그런 신뢰를 준다면 김 위원장은 얼마든지 핵을 포기할 수 있다고 했다. 이에 앞서 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가진 한미정상회담도 북한 핵 문제 해결에 긍정적 신호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양자회담은 이번이 다섯 번째이며, 3차 남북정상회담을 치른 지 나흘 만에 열렸다. 문 대통령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변함없는 신뢰·기대를 밝히면서 트럼프 대통령만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 트럼프 대통령과 조기에 만나 비핵화를 조속히 끝내고 싶다는 희망을 밝혔다”고 말했다.

우리가 북한과 관계를 개선하고 대화하려는 목적은 결국 비핵화에 있다. 하지만 아직 핵폐기라는 입구에는 들어서지도 못한 상황이다. 남북관계 개선과 북핵 문제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는 이때 정부는 북핵 문제 해결의 중재자 역할에 성의를 다하되 안보 현실과 외교를 절대로 등한시해서는 안 된다. 지금까지 한국은 미국에는 동맹 중시를 표방하고 중국에는 친중(親中)적인 발언을 하면서 양 대국과의 관계를 꾸려 왔다. 문제는 조만간 `등거리 외교’가 더 이상 가능하지 않은 선택의 갈림길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다. 만약 정부가 남북 화해의 계기를 놓치지 않겠다는 생각에 집착해 북한의 핵포기 여부와 무관하게 그들의 요구에 순응한다면 한국은 동맹도 잃고 중국으로부터도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는 처지를 자초할 수 있다. 그래서 홀로 비대칭 핵위협을 감당해야 하는 상황을 맞을 수 있다. 여러 가지 변수를 치밀하게 점검해 나가야 한다. 조만간 북미정상회담도 열릴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국제적 고립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은 핵을 포기하는 일이다. 혹여 국제사회 대북 제재를 흐트러뜨리고 핵을 완성할 시간을 벌려고 한다면 비극적인 종말은 피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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