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의금 없는 결혼식 #2

살아가면서 결혼식에 참석하지 않는 것은 말처럼 쉽지가 않다. 아무리 안주고 안받는다고 하더라도 부조는 사회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일이 되었다. 방명록이 있기 때문이다. 결혼식을 마치고 나면 누가 왔는지 체크를 하는 것이 방명록이고, 그래서 다음 결혼식에는 같은 금액을 부조하는 것이 관례기 때문에 거기에 신경을 많이 쓰게 된다. 누구는 왔고 누구는 안왔는지를 따지는 사람도 있기 마련이다. 특히 직장 상사일 경우에는 더 많은 신경을 쓰게 된다. 참 쉽지 않다. 그럼 부작용이 많음에 불구하고 어쩔 수 없이 앞으로도 부조를 챙겨야 하는 것인가?

사람들은 결혼식은 바쁜 일이 있거나 관계가 가깝지 않다고 판단되면 참석하지 않을 수 있지만 장례식은 가급적 참석하는 경향을 가지고 있다. 결혼식은 정해진 날짜와 시간이 있어 꼭 그 때가 아니면 안되지만 장례식은 발인까지 2~3일의 시간이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축의금을 내가 참석하지 않는 경우 다른 사람에게 대신 전달해달라는 경우가 많다. 결국 나는 결혼식에 참석한 경우에는 밥값이라고 생각하고 내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참석해서 밥을 얻어먹었는데 돈을 내지 않는 것은 염치가 없는 일이다. 그럼 후에도 그 돈에 대해 미련을 안가질 수 있다. 내가 먹은 만큼 돈을 낸거니까 돌려받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가벼워질 수 있다. 직접 가지 않는다면 그만큼 가까운 사이가 아닐 확률이 높기 때문에 부조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본다. 이런 생각들이 하나 둘 늘어나면 결혼식의 경우 자연스럽게 결혼식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하객이 적으니 규모를 줄이게 되고, 그러다보면 관습의 속박에서 벗어나지 않을까 생각한다.

요약하자면 결혼문화를 바꾸기 위해서는 세상이 변한만큼 축의금에 대한 인식도 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축의금을 꼭 해야 한다는 인식이 바뀌게 된다면 부모의 욕심이 줄어들고, 이는 결혼식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어 결국 자녀가 바라는 결혼문화가 만들어질 것이다. 결혼식은 두 사람의 새로운 출발점이다. 많은 사람이 출발부터 즐거운 마음으로 시작할 수 있도록 결혼문화를 바꾸도록 노력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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