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미세먼지 전쟁 #1

어느새부터인지 미세먼지 문제는 일상이 되어버렸다. 내가 어렸을 적에는 황사라고 불렸던, 늦봄에 잠깐 불었던 그 불편한 바람이 어느새 여름 장마철을 제외하고는 항상 부는 바람이 되어버렸다. 자연적인 현상이라면 절대 이렇게 될 수 없을 것이다. 미세먼지의 심각성에 대해 정부는 뒤늦게나마 인식을 했고, 몇 년 전부터 이에 대한 대책을 위한 국내외 연구가 지속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이에 대한 뚜렷한 답변은 없다. 정부의 연이은 입장 발표는 고등어 구이가 미세먼지를 유발한다는 식의 오해만 더 쌓아놓았다. 어떻게하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에 대해 기획 연재를 하려고 한다.

2017년 지지부진하던 국내 미세먼지 연구에 대해 미항공우주국 NASA에서 유의미한 연구를 진행하였다. 이와 관련한  가장 신뢰로운 KBS의 2017년 7월 20일 기사를 먼저 소개하고자 한다.

2016년 5월 1일부터 6월 10일까지 ‘하늘을 나는 실험실’이라 불리는 미 항공우주국 NASA의 DC-8 항공기가 한반도 구석구석을 누비고 다녔다. DC-8의 비행은 한국 대기오염의 원인을 파악하기 위한 “한미 대기질 공동연구 프로젝트”, KORUS-AQ(Korea U.S.-Air Quality)의 상징이었다. NASA는 KORUS-AQ를 한반도 미세먼지의 원인을 밝히는 과학수사대(CSI)라 불렀다. KORUS-AQ는 미국 NASA와 한국 국립환경과학원 등 80개 연구기관 580여 명의 과학자가 참여한 국내 최대 대기환경 프로젝트였다.

미국 NASA의 '하늘을 나는 실험실', DC-8 항공기

미국 NASA의 ‘하늘을 나는 실험실’, DC-8 항공기

한미 공동연구 결과, 미세먼지 국내 영향 52%

미 항공우주국 NASA가 한국의 대기오염의 원인을 밝힌다 하니 기대감도 컸다. KORUS-AQ 연구는 1년 여 동안 철저하게 기밀이 유지된 채 진행됐고, 마침내 2017년 7월 19일 봉인이 풀렸다.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측정된 미세먼지(PM2.5)의 기여율은 국내 52%, 국외 48%로 발표됐다. 국외는 중국이 34%, 북한 9%, 일본 등 기타가 6%로 나왔다. 중국 34% 가운데 산둥 지역이 22%, 북경 지역이 7%, 상해 지역은 5%로 평가됐다. 연구진은 이 결과가 5월에서 6월 초에 한정된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이 기간 동안 관측된 미세먼지 가운데 입자가 매우 작아 인체에 치명적인 PM1(1μm 이하의 미세먼지)의 75%가 기체 상태의 대기오염 물질이 고체로 바뀐 2차 생성 미세먼지인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7월 19일 발표 환경과학원 미세먼지 예측 (국내 영향과 국외 영향이 모두 보인다)2017년 7월 19일 발표 환경과학원 미세먼지 예측 (국내 영향과 국외 영향이 모두 보인다)

NASA의 제언, “국내 미세먼지부터 잡아라”

30년 넘게 대기오염을 연구해온 NASA는 대기오염이 심각했던 미국 텍사스 지역에 대해 2006년 긴급과학종합 보고서(RSSR, Rapid Science Synthesis Report)를 제시하며 서둘러 대응할 것을 촉구한 적이 있다. 이번 KORUS-AQ에서도 역시 긴급과학종합 보고서가 나왔다. 핵심 제언은 다음의 4가지이다.

1. 질소산화물(NOx)와 휘발성유기화화물(VOCs) 배출, 특히 톨루엔과 같은 방향족 배출을 감축하면 미세먼지와 오존 오염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2.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이 과소평가되고 있어 제대로 산정하면 대기오염 예측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

3. 수도권 남쪽(충남)의 점 오염원이 매우 많았고, 인체에 해로운 오염물질이 인근 지역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수준이었다.

4. 국외 대기오염 물질의 영향이 계절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고 있으니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이 기사의 내용 중 가장 핵심적인 내용을 들자면 미세먼지의 국내 요인은 52%, 해외 요인은 48%라는 결과이다. 이는 한 달여 간의 짧은 기간의 연구결과이고, 일각에서는 왜 중국의 영향이 크지 않았던 시기를 선택했는가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러한 연구결과가 우리의 힘만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확인시켜주었다. 우리의 문제라면 우리가 철저히 단속하고 해결하면 끝날 일이지만 우리의 영향력 밖인 중국의 영향이 34%라는 것이다. 우리 입장에서는 중국이 5%건 10%건 의지있게 대응해주면 감사할 일이지만 중국의 대응방식은 우리의 기대에는 전혀 부응하지 못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중국의 공식입장은 미세먼지에 대해 ‘미세먼지 문제는 복잡한 변수가 많아서 어느 나라의 영향이 크다고 말하기는 어렵다.’는 말을 고수하며 귀를 닫고 있었다. 그러다보니 이 싸움은 한중 간의 싸움이 아니라 국민과 정부의 싸움으로 변질되었다. 국민들은 우리 정부의 무능함을 이야기하며 미세먼지 문제를 중국에게는 말 못하고 국민들에게만 종용하는 한심한 정부라는 식으로 힐난하는 것이 현실이다.

2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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