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엔 일본 화폐 주인공과 우리의 역사 #1

일본에서 2024년부터 바뀌는 1만엔의 화폐의 주인공으로 시부사와 에이이치(実業家渋沢栄一)를 채택한다고 발표하면서 우리는 매우 당혹스러운 상황에 빠졌다. 시부사와 에이이치는 누구이길래 이런 논란의 중심에 섰을까?

시부사와 에이치이(1840~1931)는 메이지(明治)와 다이쇼(大正) 시대를 풍미했던 사업가로, 일본 제1국립은행, 도쿄 가스 등 5백여 개 회사 경영에 관여해 일본에서 추앙받는 인물이다. 일본에서는 메이지 시대를 대표하는 인물로, 일본에서는 근대화의 아버지라 불리기도 한다. 구한말 대한제국에서는 1902~1904년 일본 제일은행의 지폐 1원, 5원, 10원권이 발행됐는데, 이 세 종류 지폐 속에 그려진 인물이 바로 당시 제일은행의 소유자였던 시부사와 에이이치였다. 대한제국은 1901년 외국 돈의 유통 금지와 금본위 제도의 채택을 내용으로 하는 자주적 화폐 조례를 발표했다. 이에 일본 제일은행은 화폐를 발행할 것을 요구한 뒤 무력시위를 통해 대한제국이 이를 받아들이도록 했고, 은행의 소유자인 그의 초상을 지폐에 그려 넣었다. 그는 한국전력의 전신인 경성전기 사장도 맡았다. 일본의 입장에서는 근대화를 이룩한 인물 중 하나일지 모르겠으나 조선의 입장에서 그는 침략자일 뿐이다. 일본은 이에 그치지 않고 5000엔권에는 여성 교육 개척자인 쓰다 우메코, 1000엔권에는 일본 의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기타사토 시바사부로를 넣기로 했다. 이들 모두 일본 제국주의 시절 활발하게 활동한 인물들이다. 전범은 아니지만 그에 준하는 제국주의의 상징 인물이 일본의 화폐에 채용되면서 당장 우리도 안중근이나 유관순을 화폐 모델로 삼자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일본이 자국 화폐를 결정하는데 우리나라가 간섭할 권리는 없지만 한번 결정되면 수십 년 동안 쓰게 될 화폐의 인물을 이웃 국가와 마찰을 빚을 수 있는 인물로 결정한다는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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