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가 없는 코로나포비아

  대한민국은 지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공포에 휩싸여있다. 게다가 2차 감염자까지 등장해 본격적으로 확산되고 있는건 아닌가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출퇴근 시간 지하철 승객들의 70~80%가량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초미세먼지가 최악인 날 때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는 ‘포비아’ 수준이다.

위기의 상황에서 인간의 본성은 드러나게 되어있다. 중국인이라면 무조건 배척하는 차별이 일어나고 있고, ‘코로나 님비’를 발생시켰다. 우리 정부는 중국 우한에 고립된 해외동포들을 전세기를 통해 귀국시켜 진천과 아산에 나누어 격리수용하기로 했는데, 수용지역을 둘러싸고 님비가 격렬하게 발생하고 있다. 우리 국민들은 우한의 해외동포들을 난민취급하고 있으며, 해당 지역주민들은 정부의 방침에 대해 농기계까지 동원해 저항하고 있다.두 국가 시설과 가까운 주민들은 “절대 수용 불가”를 외치며 농성을 벌이는가 하면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을 막아 김 차관이 경찰의 호위를 받으며 빠져나갔다. 우리 국민들이 우한에 갇혀있다시피 한 교민들을 국내로 데려오라고 할 때는 언제고, 우리 지역엔 오지 말라고 집단 행동을 한 것을 어떻게 봐야 할까? 

특히 지자체장들과 국회의원까지 나서 “입지가 적절치 않다”며 결사 항전할 태세다. 사실 경찰인재개발원과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은 주민 밀집 지역과 떨어진 산속에 있거나 외진 지역에 건물만 덩그러니 있는 외톨이나 다름없다. 규모도 커서 모든 사람들을 수용할 수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사람 대 사람 간 접촉으로 감염되는 전염성이 강하다지만 공기를 통해 감염됐다는 보고는 없고, 바이러스의 특성상 공기로 전염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하므로  문제가 없어보인다. 하지만 논리 및 과학적 근거가 없는 님비와 정치인들의 정부 흠집내기가 어우러져 사회가 혼란스러워졌다.

  오세현 아산시장은 “인근의 신정호 등 관광지와 아파트 단지가 있어 격리시설로는 입지가 적절치 않다”고 반대했다. 반대 명분치고는 궁색하다. 표를 먹고 사는 선출직 시장이라고 해도 국가적 재난이 될 수 있는 바이러스를 대처함에 있어 중심을 잡아야 할 책임이 있는 공직자다. 중앙 정부로부터 지원받는 세금으로 아산시의 재정을 유지하는 공직자의 자세에 대한 고민을 엿볼 수 없다. 주민은 반대할 수 있더라도 고위직 공직자는 주민들에 동조하기에 앞서 국가와 지자체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먼저 헤아려야 하지 않을까. 심지어 지역 선정을 놓고 정치 논리까지 개입했다. 여당 국회의원과 단체장이 아닌 지역을 선정했다는 것이다.
  개연성이 있더라도 수도권과 가까운 지역의 정부 시설을 선정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감안하지 않고 정치논리를 들이대 비약시키는 건 못된 정치인들의 습성과 별반 다르지 않다. 생사의 두려움에 떨고 있는 교민들을 아무런 숙박시설도, 의료기관도 없는 무인도에 내팽개치라는 요구와 같다. 그들은 감염증 난민도 아니고 천덕꾸러기는 더더욱 아니다. 우린 누구나, 내 아들·딸이 바이러스성 독감에 걸릴 수도 있고 수용시설에 격리될 수 있다. 그런 상황에 직면한 부모의 심정을 한 번쯤 헤아려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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