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플라스틱의 역습

2019 5월 한 사람이 매주 섭취하는 미세플라스틱의 양이 무게로 따지면 볼펜 한 자루와 맞먹는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충격을 주었다. 2018년에는 세계 주요 생수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돼 논란을 불러일으켰고, 2017년에는 국내 정수장에서 조사한 수돗물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되기도 했다. 최근 미세플라스틱이 새로운 환경 문제로 등장하고 있다.
 
연구진에 따르면, 한 사람이 매주 섭취하는 미세플라스틱은 2000개쯤 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를 무게로 환산하면 5g이나 된다. 1주일에 볼펜 한 자루나 신용카드 한 장을 먹고 있는 셈이다. 한 달이면 미세플라스틱 섭취량이 칫솔 한 개 분량인 21g에달하고, 1년이면 그 섭취량이 250g을 넘어선다.

미세플라스틱은 주로 물을 통해서 먹게 된다. 물을 마실 때 1769개의 미세플라스틱을 섭취하는 것을 비롯해 갑각류에서 182, 소금에서 11, 맥주에서 10개의 미세플라스틱을 먹는다.

합성섬유로 만들어진 옷을 세탁기에 넣고 돌리면, 매우 작은 미세섬유 형태의 미세플라스틱이 떨어져 나온다. 영국 폴리머스대 연구진에서 빨래할 때 얼마나 많은 미세섬유가 생기는지 실험했다. 즉, 아크릴 옷, 폴리에스터 옷, 폴리에스터와 순면을 섞은 옷으로 구분해 각각 6kg씩 세탁기에 넣고는 30~40℃의 물에서 빨래한 뒤 세탁기 밖으로 나온 물을 현미경으로 살펴봤다. 그 결과 아크릴 옷에서 약 73만 개, 폴리에스터 옷에서 약 50만 개, 순면을 섞은 옷에서 약 20만 개의 미세섬유가 각각 배출됐다.

 

미세플라스틱의 인체 위해성은?

동물 실험 사례를 살펴보면 미세플라스틱을 섭취한 해양 생물은 성장 속도가 느려지거나 생식 능력에 문제가 생긴다. 플라스틱에서 나오는 발암물질에 노출되면 정자 수가 줄어들거나 자폐증 같은 질병, 이상 행동 등이 나타날 수 있다는 연구도 있다. 2016년 미국 조지아공대 연구진에서 《사이언스》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미세플라스틱을 먹은 치어는 성장이 더뎌질 뿐만 아니라 뇌 손상도 나타나 포식자를 만나도 제대로 피하지 못한다.
 
유럽에서는 굴, 홍합 같은 해산물을 통해 하루에 1~30개가량의 미세플라스틱을 섭취한다고 추정된다. 연간으로는 해산물을
통해 최대 1 1000개가량의 미세플라스틱을 먹는 셈이다.

물론 우리나라도 안전지대는 아니다. 2015년 한국해양과학기술원에서 전국 해안 12곳에서 미세플라스틱 오염도를 조사한 바에 따르면, 경남 거제 앞바다에는 1제곱미터당 미세플라스틱이 평균 21만 개나 함유돼 있었다. 이는 해외 평균보다 여덟 배 이상 높은 수치이다. 이듬해에는 경남 거제·진해 연안 갯벌에서 자연산 굴, 담치, 무늬발게, 지렁이 같은 해양 생물 4종의 내장, 배설물 등을 분석한 결과, 조사 대상의 97%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

 

미세플라스틱을 없애려는 노력

일부 과학자들은 미세플라스틱을 없애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2017 10월 핀란드 알토대 환경공학과 율리아 탈비티에 교수 연구진에서는막생물반응기(MBR)’를 이용하면 미세플라스틱을 최대 99.9%까지 제거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국제 저널 《워터리서치(Water Research)》에 발표했다.
 
현재 유럽연합 차원에서는 일회용 플라스틱 금지 정책을 펴고 있으며,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등 세계 여러 나라에서 미세플라스틱 사용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우리나라 정부에서도 미세플라스틱을 줄이기 위해 나서고 있다. 2019 11월 환경부에서는 미세플라스틱의 일종인 마이크로비즈를 2021년부터 화장품, 세정제, 연마제 등에 사용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안전확인 대상 생활화학제품 지정 및 안전·표시 기준 개정안’을 공개했다.

생분해성 플라스틱과 바이오 플라스틱(옥수수, 사탕수수, 대나무 같은 바이오매스를 주원료로 하는 플라스틱)도 기존 플라스틱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런 플라스틱은 햇빛, 열, 미생물, 효소, 화학 반응
등의 복합적인 작용으로 기존 플라스틱보다 훨씬 더 빠르게 분해된다. 미국 조지아공대 칼슨 메러디스 교수 연구진은 식물 섬유질에서 추출한 셀룰로오스와 게, 새우 껍질 등에서 추출할 수 있는 키틴 성분을 이용해 투명한 ‘생분해성 플라스틱 필름(BPF)’을 개발하기도 했다. 이는 일반 비닐 소재의 포장용 랩 대신 쓸 수 있다고 한다.

또한 한국기계연구원 나노자연모사연구실 임현의 연구팀에서는 생분해성 키토산을 이용한 나노입자 코팅 공정으로 자기세정과 반사방지 기능을 갖는 유리를 제작하기도 했다. 기존 나노 가공 공정에 사용된 폴리스틸렌은 환경호르몬이 나오고 다량의 미세플라스틱을 발생시켜 문제였는데, 이런 문제점을 극복하는 연구성과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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