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의 끈질긴 노력으로 이뤄낸 와사비의 꿈

차대로 대표가 주목받는 이유는 그동안 아무도 성공하지 못했던 양액을 통한 와사비 대량 재배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와사비는 1㎏에 20만원으로 가격이 높지만 그만큼 수요가 많아 올해 수확한 와사비를 팔아 올린 매출이 2억여원에 이른다. 투자하겠다는 제의도 줄을 잇고 있으니, 앞으로의 시장가치 상승이 더욱 기대되는 상황이다. 이미 최근 대기업으로부터 수십억원 규모의 투자 제안을 받았고, 실사까지 진행했다. 계획대로 투자가 성사되고 원활하게 재배를 이어 나간다면 연간 8억여원의 소득을 올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차 대표가 재배하는 와사비는 갈아 먹는 부위인 ‘근경’만 있는 것이 아니라, 꽃대부터 잎사귀까지 전부 먹을 수 있어 또 다른 부가가치 창출도 기대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장기간이 소요되는 와사비 농업의 한계점을 극복하기 위해 딸기도 함께 재배하고 있다. 비닐하우스 내부에 서랍처럼 생긴 재배 장소를 켜켜이 쌓아놓고, 위에는 딸기를, 아래는 와사비를 함께 재배하는 방식이다. 딸기 역시 와사비와 비슷한 환경에서 자라기 때문에 효율이 좋고 수익성도 높다. 이에 따라 2021년에는 1,300여㎡(400평) 규모의 육묘장과 9,900여㎡(3,000평) 규모의 유리온실을 지어 생산량을 늘릴 계획이다. 또 시설재배에 적합한 품종을 개발해 경쟁력을 갖출 생각이다. 최근 농업 분야의 해외시장 진출이 고소득 여부를 가름하는 만큼 대만 등 와사비 수요가 있는 국가의 시장을 파악하고 수출을 활성화할 수 있는 방법도 모색하고 있다.

남들이 안 하는 것이야말로 나의 길=그동안 와사비는 물이 깨끗하고 온도가 적절한 일부 지역에서만 재배됐다. 국내에서 이 조건을 맞출 수 있는 지역은 철원군 내에서도 용천수가 흐르는 민간인통제선 안쪽 구역이 거의 유일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평창 등 다른 고랭지의 경우 와사비 재배에 알맞은 기후조건을 갖추고도 물 조절을 하는 데 실패해 대량 재배에 성공할 수 없었다. 평창에서의 와사비 재배 가능성을 알아본 일부 농업과학자가 지속적으로 시험재배를 시도했지만 성공한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그런 와사비 농업이야말로 차 대표를 끝없이 도전하게 만든 과제였다. 차 대표는 “성공한 사람이 없다니 블루오션 아닙니까? 정말 도전하고 싶었어요”라는 말로 당시를 회상했다. 이야기를 들었던 2015년부터 당시 거주하던 서울 집에서 와사비 농업을 조금씩 시도하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무작정 찾아간 곳이 강원도농업기술원이었다. 당시 그곳에 국내 와사비 연구 권위자인 변학수 연구원이 근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변 연구원은 지금까지 강원도농업기술원 민간전문위원으로 차 대표의 든든한 뒷배가 돼 주고 있다. 평창에 정착하기로 결정한 것도 변 위원의 말을 듣고 나서였다. “온도 습도 기온 방향이 모두 맞는 곳은 철원과 평창밖에 없어요. 그런데 수도권과의 거리를 고려하면 평창이 제격이라고 생각했어요” 차 대표의 말이었다. 물론 처음에는 평창의 추위에 눈물, 콧물을 흘리며 잠들었고, 40분만 일해도 온몸이 아파 40분을 쉬어야 했던 날도 있었다. 그러나 그럴수록 적극적으로 도움을 청했고, 도움받은 만큼 따라가려 애썼다. “기온부터 고도, 방향까지, 변 위원님에게 배우지 않은 것이 없어요”라고 말하는 차 대표의 손에는 이날도 변 위원이 소개해준 농업 화학 논문이 들려 있었다.

멀리 보는 농부가 높이 난다=이 같은 차 대표의 성공은 하루이틀 만에 이뤄진 일이 아니다. 처음 와사비 농업에 발을 디디던 순간부터 철저한 계획이 있었다. 변 위원과 몇 차례의 면담 끝에 작목을 설정한 뒤, 세계 곳곳의 농부들을 찾아다니며 ‘견학’을 했다. 이때 미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영국 등 9개국을 방문해 37개 농가를 둘러봤다. 물론 모든 농가가 차 대표에게 호의적이었던 것은 아니다. 일부 농민은 “영업비밀이다”라며 문전박대하기도 했다. 그러나 유학 등 해외 경험이 풍부한 차 대표는 해외에서 발생하는 돌발 상황에 익숙했고, 탈없이 견학을 마칠 수 있었다. 농업의 길에 들어서고 나서도 차 대표의 공부는 계속됐다. 청년농 인증에 이어 강소농 인증을 받고, 스마트팜 교육 등 재배에 필요한 기술을 익히기 위해 강원도농업기술원이 있는 춘천까지 먼 길도 마다하지 않았다. 실제 현재 차 대표가 설계한 비닐하우스는 그렇게 공부를 통해 익힌 재배기술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온도, 습도, 바람까지 조절할 수 있으니 반스마트팜 농장이라고 할까요?” 차 대표가 말했다.

자신만의 무기가 고수익의 비법=차 대표는 농업에 입문하기 전까지 세계 곳곳을 돌던 유학 중개업자였다. 지금 함께 일하는 김현구 이사와 장재영씨도 당시 함께 동고동락하던 동료와 고객이었다. 수많은 학생을 유학길에 올려보내며, 차 대표는 어떤 일이든 자신만의 목표와 의지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 ‘성공한 강소농’, ‘성공한 청년농’으로 사람들 앞에서 하는 이야기도 그와 같다. “인스타그램, 유튜브에만 집착하는 청년농부들을 보면 안타까워요.” 차 대표의 말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차 대표는 인터넷에만 의지하지 말고 실제 사람들을 만나 현실에서의 농업도 익히되, 자신만의 전략을 지속적으로 개발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현실에 발을 딛되, 관행농업이 지금까지 해온 방식에서 벗어나는 것도 중요해요. 처음 관행농업과 다른 방식으로 와사비를 재배하겠다는 뜻을 내비쳤을 때 모두가 비웃었지만 이제는 이 방식이 하나의 길이 될 겁니다.” 청년농을 위한 알싸한 조언을 건네는 차 대표의 모습에서 내일의 농업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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