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변화가 사과 색도 바꾼다… 점점 연해지는 붉은빛

기후 변화가 사과의 색깔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연구와 농가의 보고에 따르면, 기온 상승과 기후 변화로 인해 기존의 선명한 붉은 사과보다 연한 빛깔을 띠는 사과가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온 상승으로 안토시아닌 생성 줄어들어

사과의 색을 결정하는 주요 색소인 안토시아닌은 서늘한 밤 기온에서 더욱 활발히 생성된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여름과 가을의 평균 기온이 상승하면서 밤에도 충분히 기온이 내려가지 않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사과의 붉은 색이 제대로 발현되지 못하고, 대신 연한 분홍색이나 노란빛을 띠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농촌진흥청 관계자는 “사과 착색을 위해서는 낮과 밤의 큰 기온 차가 중요한데, 기후 변화로 인해 이러한 차이가 줄어들면서 안토시아닌 생성이 감소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한 햇빛, 사과 착색 방해 요소로 작용

기후 변화는 기온 상승뿐만 아니라 햇빛의 강도도 변화시키고 있다. 과거에는 적절한 일조량이 사과의 착색을 돕는 요소였지만, 최근에는 너무 강한 햇빛이 오히려 색소 분해를 촉진하는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일부 농가에서는 햇빛을 많이 받은 부분이 얼룩덜룩한 색을 띠거나, 사과 전체적으로 연한 색이 되는 현상을 경험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 사과 농가들은 강한 햇빛을 조절하기 위해 그늘망을 설치하거나, 사과 재배지를 강원도 등 해발이 높은 지역으로 이동하는 등의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대체 품종 개발·농가 대응책 마련

기후 변화 속에서도 소비자들에게 품질 좋은 사과를 공급하기 위해, 농가와 연구 기관에서는 다양한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온난한 기후에서도 잘 착색되는 새로운 사과 품종을 개발하거나, 착색을 돕는 재배 기술을 연구하는 등의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다.

소비자들의 선호도 변화도 중요한 변수다. 기존에는 선명한 붉은 사과가 시장에서 인기가 높았지만, 최근에는 당도와 식감이 좋은 사과라면 색깔이 다소 연해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기후 변화 속에서도 고품질 사과 생산 목표

전문가들은 기후 변화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앞으로도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연구와 농가의 노력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한국과수협회 관계자는 “사과 색이 변화하는 것은 기후 변화의 한 단면일 뿐”이라며 “착색뿐만 아니라 사과의 전체적인 품질과 생산성을 유지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농업 기술 개발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기후 변화가 우리의 식탁 위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가운데, 농가들이 변화하는 환경에 어떻게 적응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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