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연재]캠핑카 Q&A #2

캠핑에 대한 불만이 생기다

장비를 집에서 차에다 실어나르고 차에 차곡차곡 채워넣고, 도착하면 짐을 빼서 정리하고, 쉬다가 하룻밤 자고나면 아침먹고 짐을 정리해서 차에다 다시 싣고, 집에 도착하면 그 짐을 다시 집에 차곡차곡 정리하고. 우리는 그것을 10년 가까이 했다. 그러면서도 한번도 불만을 가진 적은 없다. 어차피 우리가 좋아서 하는 것이니 그 정도는 감수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나는 짐을 나르고 아내는 아이와 음식을 준비하는 것으로 역할분담을 하고 즐겁게 캠핑을 즐겼다. 하지만 알빙이 눈에 들어오면서 모든 것이 불만이었다. 사람의 마음이 참 간사해서 우리는 점점 불만을 키우고 있었다. 짐이 베란다와 방 한 칸을 차지해 삶의 질이 떨어지고 있다고 생각했고 짐이 무거워 몸이 다칠수도 있다는 상상도 했다. 짐을 카트에 싣고 오다가 떨어뜨리면 화가 치밀어 올랐고 음식물이 새어서 가방이 젖으면 참을수가 없었다. 차에 짐이 가득가득 실린 것도 불만이었다. 심지어 내가 40대에 접어들어 캠핑이 힘들다는 거짓말도 마음 속으로 만들어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우리가 좋아서 시작한 것인데 모든 것이 불만이었다. 마치 한 번 눈 밖에 난 애인이 무엇을 하던지 다 싫은 것처럼 우리는 캠핑에 대해 더 이상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알빙으로 외도를 하다

우리에게 알빙은 엄두도 못낼 일이었다. 우리는 아내의 사업으로 3억이 넘는 빚이 있었기 때문이다. 1억이 넘는 차가 있다고 관심을 가지지 말라는 법은 없지 않은가. 그냥 마음이 알빙으로 가있기 때문에 캠핑을 하면서도 수시로 알빙까페를 들락날락했다. 보면 볼수록 신세계였다. 세상에는 얼마나 많은 카라반과 모터홈, 캠퍼밴이 있는지, 그 주인들은 각양각색의 장비를 활용하고 있으며, 없으면 만들어내기까지 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다 우연히 장터에 우리 동네에서 카라반을 판다는 글을 봤다. 그래서 아내에게 우리 그냥 궁금한데 보러갈까 제안했고 아내는 기다렸다는 듯 오케이를 했다. 그렇게 실물로는 처음으로 카라반을 보게 되었는데, 이렇게 캠핑카가 우리 가까이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독일식 원축의 카라반이었는데, 너무 이쁘고 좋아보였다. 그날 저녁 우리 부부는 누가 먼저랄 것 없이 구입하자는데에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 마침 인테리어를 하고 돈이 남아서 부채를 상환하고자 했던 돈이 있었는데, 그 돈에 겁 없이 손을 대어버렸다. 그래서 면허도 없는 상황에서 덜컥 계약을 해버렸다. 당시 판매자분은 300급 후반의 작은 카라반이라 소형견인면허가 없어도 견인이 가능하다고 이야기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법적으로 아주 애매했다. 카라반의 인가 공차중량은 750kg이라 면허가 필요가 없지만 옵션이나 적재된 짐 때문에 실 중량은 750kg를 훨씬 넘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캠핑에서 알빙으로 완벽한 외도를 해버렸다. 집에 캠핑용품은 그대로 둔채로.

– 다음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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