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연재]캠핑카 Q&A #3

사고치고 나도 마음은 후련하다

원래 사고를 치고나면 마음이 불편하다. 어떻게 수습할까 어떤 문제가 생길까하고 걱정이 앞서는데 우리는 태연했다. 제3자가 보면 제정신이 아니라고 이야기해도 아무 이상이 없을 정도로. 우리는 어차피 갚아야 할 돈이 조금 더 늘어났을 뿐이라고 서로 위로를 했다. 그리고 캠핑카를 무리하게 산 사람들이 주로 쓰는 말을 우리도 쓰기 시작했다. “인생은 한번 뿐인거야. 우리도 곧 늙을 거야. 돈 때문에 아웅다웅하다보면 인생은 흘러가버리는거야. 조금이라도 젊을 때 할 수 있는 것을 해보자.” “이건 우리를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우리 아이들을 위한 것이야. 캠핑을 좀 더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카라반이 필요해.” 이렇게 합리화를 하니 마음이 좀 후련하긴 했다. 이제 남은 것은 이왕 산 카라반을 어떻게 좀 더 잘 활용할 것인가?

우리의 첫 번째 카라반 하비

우리가 처음 중고로 구입한 것은 독일 하비(Hobby)사에서 만든 390sf ontour 2016년식 모델이다. 흔히 이야기하는 300급 후반의 모델로 무버를 제외한 웬만한 옵션이 다 들어가 있는 모델이었다. 당시 우리는 나와 아내, 딸 3명이었으니 아파트 주차장에 주차가 가능했고 우리 가족에는 딱 맞는 크기였다. 단점이 있었다면 다른 가족이 왔을 경우에는 같이 자기 어려웠고 신장이 180cm가 넘는 나는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기가 힘들었다. 변기에 앉으면 문에 무릎이 닿아 겨우 문을 닫을 수 있었다. 물론 샤워도 불가능했다. 하지만 큰 문제는 없었다. 카라반이 사실 가성비를 논할만큼 저렴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최대한 출정을 많이 하는 것이 이득이라는 계산하에 많이 다니려고했다. 2018년 6월 2일 첫 출정을 시작으로 390sf로 우리는 12월까지 9번을 출정하였다. 비싼 돈주고 구입한 카라반을 한달에 2번도 운영 못한 것인데, 평균이 그렇지 후반기는 열심히 다녔다. 여름에 출정을 못한 기간이 있었는데. 가장 큰 이유는 에어컨의 성능이 그다지 좋지 않아 2018년의 기록적인 폭염을 이기기 힘들었고, 노지에서 사용하기 위해서는 발전기가 필수였는데, 당시는 발전기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더위가 지나가고 본격적인 출정이 시작되었는데, 이 때의 기간은 카라반과 친해지는 시간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처음 견인을 하다보니 운전이 상당히 많이 어설펐고, 옵션에 대해서도 아직 완벽하게 알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카라반을 구입했다고 해서 끝이 아니었다. 텐트 캠핑때와 마찬가지로 매 출정때마다 필요한 것이 생겼다. 그래서 그런 용품들을 하나 하나 구입하는 기간이었기도 하다. 처음 운전을 하면 중고차를 사서 운전에 익숙해지는 시간이 필요한데, 그런 과정이었던 것 같다.

-다음회에 계속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