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교사 정재훈의 “꼰대가 바라보는 세상이야기” EP 2. 금연하지 못하는 정부 #1
나는 교사이다. 그 중에서도 선생님들에게는 가장 기피 업무, 아이들에게 가장 혐오의 대상인 중학교 안전생활부장이다. 옛날엔 학생주임이라 불렸던 직책이다. 학창시절 학생주임이라고 하면 말 한마디 못 걸 정도로 한없이 무섭고 막강한 권력을 가졌던 것 같은데 지금은 세상이 많이 변해서 그런 권력이 없다. 하지만 직책 자체가 악역인지라 학생들의 공공의 적이라는 위치는 변함없는 것 같다.
오랜 시간 학생들을 지도하다가 보면 교사로서도 이해하지 못하는 딜레마에 많이 봉착하게 된다. 수많은 딜레마가 있지만 오늘은 흡연 이야기를 해보자. 나는 대학교에 가서 처음 담배를 배웠었다. 누구나 그랬듯 처음엔 호기심 반 겉멋 반으로 담배를 배웠었다. 그러다 군대에서 점점 줄였다가 제대 후에 얼마 있지 않아서 끊었었다.
생각해보면 담배는 모순덩어리 그 자체이다. 학교에서는 일 년에 몇 차례 지속적으로 금연캠페인이나 교육을 실시한다. 교육청에서도 매년 금연학교를 만들기 위해서 막대한 예산을 내려보내고 있다. 그만큼 청소년 흡연문제는 심각하다. 하지만 법적으로 금지된 담배를 어떻게 청소년은 구하는걸까? 흡연하는 학생들은 대부분 고정 공급책이 있어 공급책으로부터 담배를 구한다. 웃돈을 주거나 친분을 이용하여 담배는 유통된다. 청소년의 흡연이 유해하므로 이를 막을 강한 의지가 있다면 이런 유통경로를 차단 못할까?
본교에는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흡연을 시작해 지금은 중독에서 헤어 나올 수 없는 학생들도 여럿 있다. 흡연 청소년들을 학생들끼리는 흡연충이라고 부른다. 누가 중학생들을 흡연충으로 만들었을까? 흡연하는 학생들의 상당수는 결손가정이거나 부모가 역할을 못하는 경우가 많다. 오랜 시간동안 방치된 학생들은 비슷한 친구들끼리 또래집단을 만들었다가 도당집단(play gang)으로 변질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흡연하는 청소년이 곧 비행청소년이라는 사회적 인식은 이러한 특징 때문에 만들어진다. 여기 속해 있는 자녀들 중 학생의 흡연사실을 알고 인정해주는 부모님도 있다. 인정이라기보다는 포기라는 말이 더 맞을 수 있겠다. 반항심이 강해진 괴물같은 자녀를 부모님이 감당하기 어려운 걸 이해하지 못하는건 아니지만 안타까운 마음은 어쩔 수 없다.
다음 회에서 계속…